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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태(申應泰) 17~18세기 조선의 絜矩圖에 관한 연구 - 申應泰와 李衡祥을 중심으로
본 연구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絜矩圖」를 도상학적 방법으로 분석하여 絜
矩之道에 대한 저자의 사상을 탐구하고, 조선 유학 圖說의 가치와 의의를 밝
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선시대에는 다량의 유학 도설들이 제작되었다. 『한국 유교 圖像의 역사』
에 의하면, 저자가 수집한 조선 유학자 200여 인이 작성한 圖 자료는 5260건
에 이른다.1) 도설은 유교 문물의 기록, 전수, 지식 및 정보의 전달, 교육, 학
문의 성과나 교류, 經學의 방법 등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본고는 경학2)에 활
용된 경우를 연구하였다.
조선 유학자들이 經書를 해석하여 남긴 도설의 개수는 2천개가 넘는다.3)
이 수량을 볼 때, 도설이 경학에서 매우 유용했음을 알 수 있다. 『易經』이
1919개로 가장 많고, 뒤이어 『書經』이 374개, 『大學』과 『中庸』이 각각 87개,
73개를 차지한다. 그 밖에 『詩經』, 『孟子』, 『禮記』, 『論語』도 있지만 모두 40
개 이하이다. 『역경』 관련 도설의 수가 눈에 띠게 많은데, 이것은 도설의 주
기능이 그 효용성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유교 도상의 역사』에 실려 있는 ‘도’의 ‘『說文解字』 풀이’를 보면, 어
원에서부터 도의 효용성이 담겨 있다.
“도는 囗(나라 국)와 啚(인색할 비)가 합성된 글자이다. 囗는 規畵를 의미하
는데 이는 원을 그리거나[規] 선을 그어서[畵] 면을 나누어 어떠한 모양을 만드
는 것을 말하고, 啚는 어려운 것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 양자의
의미를 합친 글자인 圖는 어려운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서 헤아린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4)
이 외에도 ‘도는 도설을 수반해야 정확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글로는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고, 실제의 형
상을 보여주며, 글의 지루함과 난해함을 보완해 주는 것, 그리고 글에서 뽑은
정수를 표상하는 기능’5)이 있다. 「韓國 性理學의 圖說學的 理解」에서는 ‘도
설은 난해한 뜻을 도식으로 나타내어 그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형용함으로써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로 뭉뚱그려진 개념과 개념의 상호관계
를 그림으로 집약하여 개괄적으로 살필 수 있는 방법’6)이라고 설명한다. 간단
히 요약하자면,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드러내거나 글의 요지를 표상
하여 이해를 용이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이 도의 효용성이다. 『역경』
관련 도설이 많이 제작된 이유는 유학에서 『역경』이 차지하는 비중도 있지만,
『역경』의 많은 형이상학적 개념들과 그 관계를 파악하기에 도설의 기능이 유
용하기 때문이다.
효용성의 실제 사례가 기록된 대표적인 자료로 陽村 權近의 『入學圖說』이
있다. 『입학도설』은 권근의 경학사상과 性理說의 기본 구조를 도상과 도설의
체제로 제시한 저서7)로서, 조선 유학 도설의 始初라고 할 수 있다. 권근은
『입학도설』의 저술배경에서 직접 체험한 도의 효과를 아래와 같이 기술하였
다.
“내가 금마군 적소에 있을 때 한두 초학자들이 와서 『중용』과 『대학』 두 서적
을 읽을 때 내가 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주돈이의 그림을 근본으로 삼고 장구의 설명을 참고하여 그림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또 선현의 격언을 취하여 그 뜻을 풀이하여 주었더니 학생
이 그것을 따라서 묻는 바가 있었고 나도 그 질문에 대해서 답해 주었다.”8)
위의 사례를 통해서, 효용성은 ‘저자의 경서에 대한 관점을 표상하여 원 텍
스트[書]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외에도, ‘도설의 제작과 활용의
주된 동기’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설은 저자의 위치, 학파, 생애, 학문관과 같은 개인적 요소와 역사적 배
경이 유기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학문 방법으로 도설을 이용한 발원지는 중국으로 추정된다. 현재 중국에는
북송시대에 만들어진 유학 도설들이 존재하고 있고, 명대에는 이미 제작된 도
를 통해 역사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방법론적 접근이 존재했다고 한다.9) 또,
元代 유학자인 林隱 程復心의 『四書章圖』가 조선의 도설에 영향을 준 것을
분석한 국내 논문과10) 중국 도설이 조선의 도상에 기본적 형태와 표상 방식
의 원형을 제공했음을 밝힌 연구11)도 있다.
그러나 조선의 학자들은 경서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도설에 반영시키면서
조선만의 특색을 구축해나갔다. 형이상학의 우주론이 발달한 중국에 비해 인
간 본성과 심성론에 집중하여 높은 이론적·학술적 발전을 이루었다.12) 이에
심학 도설은 독자적인 도상이 발달하고, 중국 심학 도상들보다 깊이와 상징성
에서 매우 많이 진화되었다.13) 이러한 성과는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 낸 조선
유학의 특징이다.